손끝에서 피어나는 작은 행복, 필사의 시간(전북 전주시보건소 조은영)
페이지 정보
- 작성자 보건간호사회
- 작성일 25-06-30 13:33
- 조회 152회
- 댓글 0건
관련링크
본문
이 인생을 마감할 즈음에 지금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어떤 얘기를 해 줄 수 있을까.
이런 말이었으면 좋겠다.
“너는 괜찮은 사람이었어. 자유롭고, 건강하며, 편안하게 나이 들도록 해줘,
고마워. 수고했어.”
지금 슬기로운 노후생활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은 미래의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 노후수업, 박중언 -
50대에 접어든 지금, 인생은 더 천천히 걸어가는 길처럼 느껴진다. 과거에는 눈앞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숨 가쁘게 달렸다면, 이제는 주위를 둘러보고 흘러가는 작은 순간들을 담아내는 여유를 배웠다. 그러한 여정 속에서, 필사는 나를 위로하는 특별한 동반자가 되었다.
책상 위에는 항상 노트와 연필이 놓여 있다. 단순한 도구일지도 모르지만, 그 둘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의식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필사의 순간은 나를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떼어 놓고 조용한 사유의 공간으로 이끌어 준다. 종이를 스치는 연필의 소리는 마치 내면의 불안을 어루만져 주는 부드러운 멜로디 같다.
필사를 할 때면 내가 택한 문장들이 더 이상 단순한 활자가 아니다. 한 단어 한 문장을 천천히 써내려가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내 삶 속에 녹아내리는 과정을 경험한다. 때로는 글자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이 너무나도 깊어서 마음 한구석이 울컥하기도 한다. 젊었던 시절에는 쉽게 지나쳐버렸을 법한 것들이 이제는 얼마나 소중하고 빛나는지 새삼 깨닫는다.
필사의 과정에서 나는 과거의 나와 만나기도 한다. 한때는 놓치고만 했던 감정들, 젊음 속에서 흘러가 버린 순간들, 그것들이 문장 속에서 되살아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러한 재회는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새로운 힘이 된다.
요즘의 나는 인생이 조금 느리게 흘러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느린 속도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들, 특히 필사 속에서 느껴지는 행복은 이전의 어떤 순간보다도 값지다. 이제 손끝에서 피어나는 글귀들 속에서 내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평화를 찾는다.
내일도 나는 연필을 잡고, 마음의 정원을 가꾸듯 글을 써 내려갈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찾은 인생의 진정한 선물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