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생님 추모글-부산동구 보건소 간호직 동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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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보건간호사회
- 작성일 21-05-3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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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의 부재로 인해 밤마다 제대로 잠을 잘수 없는 이 상황이.
너를 떠나 보내어야만 했던 지금의 코로나19, 이 현실이.
함께하지 못하고 우리만 살아남아 있는게 어찌보면 너무나 미안한 이 마음속에.
피할수 없는 운명의 한복판에서 나도 너에게 가고 싶은 생각이 문뜩 들기도 한단다.
물론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한 이런 황당한 상황을 만들 네가 아니라는걸 분명히 알고 있고,
너의 책임감있는 행동과 친절함 그리고 배려심을 너무나 우리가 잘 알고 있기에,
아직도 너의 극단적 선택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뿐이야.
2020년 1월말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우린 보건소에서 각종 민원인을 상대로
2인 1조로 밤샘 근무를 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다독여 주며, 많은 일들을 같이 했었는데.
그해 1월 아주 추운날부터 특히 동구청에서는 가장 추운장소인 보건소 앞 골바람 드는곳에서
차가운 레벨D를 입고, 숨막히는 N 95 마스크를 쓰고, 잘보이지 않는 페이스쉴드,
그리고 얇은 비닐손장갑을 끼고,
매서운 추위에 떨면서 꽁꽁 언 손으로 입김을 불어가며 역학조사서를 텐트에서 작성하거나
검체채취를 소장님과 같이 함께 했었고,
반대로 더운 여름에는 레벨D가 얼마나 덥던지, 그옷을 입고 에어컨도 없는 바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근무를 했던 이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우리는 서로 토닥이고 의지하며 그 시기를 잘 지나갔건만.
다른직렬인 보건, 의료기술, 행정직에 비해 간호직들은 의료전문인이라는 이유로 수시로 타구에서 큰건이 터질때마다 차출되기도 하고,
부산역이 동구에 있어 다양한 차출근무가 많았고, 라마다호텔에서 자가격리자 관리업무도 차출되어
주야간 나누어 근무를 했었으며, 인창병원 전체 800여명의 코호트격리에 따라 몇개월동안 수시로 병동에 가서 몇시간씩 땀을 뻘뻘흘리면서 검체채취를 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되어 사무실로 돌아오곤 했었는데,
그리고 학교 확진자 발생시마다 300-500여명의 학생과 교직원을 더운 학교운동장에서 검체채취를 해야 했고,
부산항운노조가 크게 터져 국제여객터미널에서 1500여명에 대해 우리 보건소직원들이 함께 투입되어 검체를 같이 채취하였고,
역학조사를 하고 오면 최대한 주변사람에게 감염병이 전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몇시간씩, 어쩔때는 몇일동안 CCTV를 보면서 대상자 분류를 하다 보면
대상자가 너무 많을때는 밤12시가 넘거나 며칠동안 초과근무를 같이 하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너와의 추억이 너무 많아서, 너의 흔적이 느껴지는곳을 지나갈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단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기본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구주민이든 타구주민이든 확진자의 동선이 뜰때는 유난히도 부산역땜시, 근처 동선이 많아 역학조사도 참 많이 같이 나갔었네.
역학조사는 간단히 1일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며칠 걸리는 큰 건은 주말이 낄때는 주말차출과는 별개로
사무실에 나와서 자가격리자와 능동감시자를 구분해서 개개인에게 연락을 취해야 했고,
특히 자가격리자로 구분된 사람들의 욕설과 험담을 들을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니가 옆에서 도와줘서 얼마나 힘이 나던지, 너의 다정하고 상냥한 목소리에 힘듦도 이겨내곤 했었는데.
그런 니가 이제 내 옆에 없다고 생각하니, 자꾸 니가 보고싶고 니곁에 가고 싶어져......
올해초부터는 점심식사도 바깥에 나가서 먹지 못하고 보건소 어느 구석진 곳에서 4명씩 모여 앉아 도시락 배달로 한끼를 때웠는데,
남들은 다들 바깥에서 여유를 즐기면서 식사도 하고 모임도 가고 운동도 하고 하지만,
우린 코로나관련 종사자들이라는 이유로, 보건소 직원이 확진이나 자가격리자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집과 사무실만 다녀야 했기에.
너랑 맛있는 곳에서 점심 식사도 제대로 못해보고, 밤에 찐한 술한잔도 못해보고 보낸게, 너무 가슴 아프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실컷 바깥 세상에서 너랑 좀 즐겨볼 껄. 누가 우리의 마음을 알까!
너무 나도 보고 싶은 **야!
너의 결혼식을 본게 엊그제 같은데.
어찌 우리에게 너의 수골을 보게 할수 있냐!
우리와의 인연을 이리 쉽게 끊어버린 니가, 한편으로는 너무 야속하다. ㅠㅠ
서로 응원하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단톡방에 올려진 내용이 언론이나 인터넷에서는 그 상황하고는 너무나 다르게
왜곡되어 보도되고 있고, 정말 고생 많으신 소장님과 우리 직원들도 큰 충격 속에서 지내고 있지만,
너의 진심을 우리들은 다 알고 있기에,
우리는 아무 말도 못하고 마치 죄인처럼 있지만,
우리는 너를 위해 최선을 다 할꺼야.
**야!
나에게는 너는 정말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동료이며
책임감과 친절함,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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