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제3악장을 위하여, 오늘은 반박자 쉼(전북 부안군보건소 김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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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보건간호사회
- 작성일 26-06-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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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간호사로서 32년, 공직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나고 보니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세월이 길었던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찰나였던 것 같기도 하다. 퇴임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숙연해진다.
병원 임상 5년, 그리고 보건공무원으로서 보낸 32년이라는 삶의 ‘제2악장’을 서서히 마무리하며, 나는 다시 다가올 ‘제3악장’을 준비한다. 인생을 총 4악장의 변주곡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퇴임은 끝이 아니라 다음 악장을 위한 아름다운 쉼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간호학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방황할 때 나를 붙잡아준 은사님이 계셨다. 그 덕분에 무사히 졸업했고 보건기관과 학교에서 일해보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간호사 면허를 가졌다면 임상 경험은 꼭 해 보아야 한다는 나의 오기였을까. 어렵사리 공사병원 공채로 입사해 5년간 치열하게 임상을 경험했다. 이후 결혼과 함께 보건소로 공채 이직해 32년간 보건간호사로 일했다. 업무가 바뀔 때마다 이직한 것처럼 호기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하려 노력했다. 조직 구조상 승진이 늦어져 마지막엔 나름의 스트레스와 목마름도 있었지만 일만큼은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고 소신 있게 일했다.
만약 내게 기회가 부족했던 승진만을 쫓아갔다면, 나는 50대 중반에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수많은 업무 교육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인생에는 ‘질량보존의 법칙’이 있어서 원하는 10개를 다 가질 수는 없다. 내가 맡은 일에서만큼은 나보다 더 잘 아는 직원이 없게 하겠다는 열정, 업무 변동이 생기면 누구보다 빠르게 지침과 법을 숙지하려던 노력, 이 두 가지를 단단히 하고 나니 어떤 일을 해도 두렵지 않은 자신감이 생겼다.
또한,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연하의 후배 공무원들을 대할 때에도 남들보다 열린 사고로 동료의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내 삶의 큰 자산이다. 교육을 갈 때면 늘 익숙한 동료 대신 새로운 시‧군의 동료들과 어울리며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 노력했다. 마지막 중간관리자로서 타인을 이해하는 넓은 시야를 배웠고, 오랜 실무경험은 나의 제3악장을 더 풍성하게 꿈꿀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서서히 퇴직자의 꼰대로 나가는 듯해서 이제는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나의 32년을 아름답게 동행해 준 모든 보건 공무원 동료와 후배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이 길을 선택한 후배들이 지금은 조금 힘들더라도, 분명 이 직업에 대한 매력을 느낄 날이 올 것이다.
조금은 늦어 박사 학위까지 받지 못했지만, 제3악장을 준비하기에 지금은 ‘참’ 좋은 나이다. 나의 경험을 이제 사회의 후배들에게 기꺼이 돌려주고 싶다. 이 나이에 늦었다는 생각 대신, 아직도 모든 것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고 믿으며 여전히 ‘진행형 삶’을 살아갈 것이다. 조금의 쉼을 가진 대로, 이젠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가 될 제3악장을 힘차게 시작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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