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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울산 울주군보건소 김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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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보건간호사회
  • 작성일 26-06-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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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 년 전쯤 햇병아리 공무원 시절, 어느 교육을 갔다가 강사로부터 들은 우스개 소리 한 토막.

어느 조용한 사무실에 갑자기 뱀이 출몰했을 때 기업별 대처 방법이다.

먼저 대우(아직 대우그룹이 있던 시절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몽둥이 들고 때려잡는다

삼성, 뱀을 잡을 것인가, 몰아낼 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 등을 사무실 내 브레인들이 모여 전략회의를 한다.

현대, 삼성이 어떻게 하는가 예의 주시한다.

공무원, 캐비닛으로 뛰어가 전임자가 뱀이 출몰했을때 어떻게 했는지 서류를 찾아본다.

 

그땐 저 이야기를 지어낸 사람의 천재성에 감탄하며 그저 깔깔대며 웃어넘겼다. 세월이 흐르고 이런저런 공무원으로서의 경험들이 쌓이며 어느새 나는 공무원이 왜 캐비닛으로 뛰어갈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중견 공무원이 되어 있었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만능이다, 오늘 이 일을 하다가 내일 발령 받으면 길면 하루, 짧으면 서너시간의 인계 후 바로 업무처리를 해야 한다. 단 몇 시간 만에 이름만 들어봤던 법과 지침에 따라 민원을 처리해야 하고,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어떤 결정들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가장 빠르되, 정확하며, 안전한 방법이 전임자가 어떻게 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었다(물론 항상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성실하지만 무미건조하게, 또 때로는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공무원물이 제법 들어갈 무렵, 어느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9급 공무원이 선택하는 가로등 하나에 그 지역의 분위기와 안전이 바뀔 수 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지자체 9급 공무원이 어떤 가로등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분위기가 노랗거나 파랗거나 하얗거나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대단한 뭔가가 아니어도, 늘 하던 일인데, 그것에 내가 사는 동네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여 당장 적극적이고 의욕적인 공무원이 될 수는 없었다. 당장 처리해야 할 민원들과 업무보고에 일상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건조하게만 느껴지던 일에 스스로 의미 부여가 되면서 약간의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흘러 제법 여유가 있게 되었을 때 슬쩍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았다. ? 이게 되네?

 

물론 수많은 정보수집과 보고서 작성에 들어간 노고는 따로 얘기를 해야 할 주제이므로 일단 제쳐두기로 한다. 그렇게 신규사업을 만들어놓고 이동을 한 후 그 사업들은 후임자들에 의해 성실히 추진되고 있고 심지어 더 확대되기도 했다. 물론, 그 사업으로 인한 그들의 업무 가중 역시 다음 주제로 미뤄두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으로 인해 우리 울산 시민들은 건강을 위한 작지만 의미있는 서비스를 더 제공받는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조금 더 건강해진 사람이 있을 것이고, 질병을 예방한 사람이 있을 것이며, 경제적인 부담이 덜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내가 공무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임을 동반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내게 늘 버거웠다.

 

그러나 이제는,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단군 이래의 홍익(弘益)정신을 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실현할 수 있는 직업임을 또한 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공무원이 그저 개인의 밥벌이로서의 직업이 아니라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실체적인 직업임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그들도 한번 해 보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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